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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원일보]나승열 칼럼-강원도민 칭찬을 배우자
작성일시 2009-10-21 작성자 관리자

[강원포럼]강원도민 칭찬을 배우자
나승열 (사)한국관광호텔&리조트경영인협회장/경영학박사

1966년 10월31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박정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린든 B 존슨 대통령과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말은 정상회담이지만 베트남전 파병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한국에 온 것이라는 것과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패전을 경험한 대통령이라는 것도 훗날 알게 됐다.

필자가 임시직으로 워커힐에 취직된 지 3개월 만이다. 물론 숙식과 파티(연회)는 워커힐로 결정됐다. 그러다보니 워커힐은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그때 존슨 대통령은 에메랄드 하우스, 맥나마라 장관은 루비 룸을 사용했다. 함께 온 맥나마라 장관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에 발탁돼 존슨 대통령 때까지 7년간 국방장관을 지내며 베트남전쟁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그는 여러 권의 책을 써 베트남전의 교훈을 알리려 했지만 그가 주도했던 전쟁에 대한 미국 국민의 뿌리 깊은 분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필자는 입사하자마자 L과장으로부터 에메랄드 하우스 리노베이션을 위해 그곳에 상주 파견 명령을 받았다. 아마 내가 한국외대 중퇴자라는 학력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자그마치 3개월 동안 거의 뜬눈으로 그곳의 개보수와 치장을 하는데 작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때 미국 백악관에서 파견돼 온 장치담당 보좌관인 미스애린의 지시를 받았던 것 같은데 그는 이것저것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수도 없이 했다.

그 당시 존슨 대통령뿐만 아니라 영부인과 딸도 함께 방한했는데 개개인 취향에 따른 커튼 색, 벽지, 카펫의 종류, 룸의 각종 치장에 이르기까지 여간 까다롭지가 않았다. 이를테면 이러저러한 색깔과 모양, 크기의 꽃이 필요하다고 하면 우리 측에서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준비했었다. 미스애린은 그것을 보고 “Very nice! Wonderful!”을 연발했다. 심지어는 한국에 이런 꽃이 다 있느냐고 의아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그 꽃에 대해 한국의 4계절 특성과 함께 지금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서툰 영어로 설명을 하기도 했다. 수 없는 고초를 겪고서야 겨우 그녀 기준에 들 정도였지만,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선 “Very nice, Wonderful !”이라며 거의 기절할 듯이 반복해 말해주며 자기가 원하는 꽃의 모양과 색상 크기가 지금의 것과는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곤 했다.

그 시절이 군사정권 시대였던 터라 우리나라 같으면 소위 따귀 몇 대나 큰소리가 먼저 나왔을 법한데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참으로 대단하구나`하고 여러 번 되뇌었다.

대통령의 경호는 FBI에서 직접 수행했다. 1일 6~8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도 그들에게는 샌드위치 1조각과 플라스틱 물통의 몇 모금 물, 그리고 손바닥만 한 책 한 권이 전부였다. 룸 한가운데에서 거의 온종일 밖을 응시하며 시장기가 들면 그 자리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로 때우고 조금 무료하다 싶으면 서 있는 채로 가져온 책을 읽곤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절대 밖을 향한 시선을 놓치지는 않았다.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보면서 제 마음에 안 든다고 큰 소리로 야단부터 치고 보는 우리나라에 비춰볼 때 사회생활 초년생으로서는 감동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룰을 세워 임무를 수행하는 자세를 보며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모습은 다 같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강원일보 컬럼에서 `강원도민의 중심을 외치지만 서로 나뉘고 흉보고 비아냥거리고 깎아내리고 힐난할 게 아니라 서로 힘을 모아주고 격려하고 옹호해 주는 풍토가 아쉽다`는 글을 잘 보았다.

지금 강원도민이 배워할 덕목은 앞서 언급한 미국인들의 전통처럼 다 함께 서로 칭찬부터 하길 바란다.

서로 헐뜯고 남 잘되는 것도 못 보아 끌어내리려는 마음을 없애고 `Very nice! Wonderful!`을 외친다면 앞으로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강원인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승열 (사)한국관광호텔&리조트경영인협회장